사찰에 들어서면 들려오는 은은하고 깊은 울림, 그 소리의 주인공은 범종각이다. 종을 치는 소리 하나에 산사의 공기가 달라지고, 마음의 번뇌가 조금씩 사라진다. 범종각은 단순히 종을 거는 공간이 아니라, 불교 의식의 중요한 무대이자 건축미를 보여주는 장소다. 오늘은 범종각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구조와 역할을 가졌는지,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사찰 이야기를 풀어본다.
범종각의 기원과 역사
범종각은 불교 사찰에서 종을 보관하고 치는 건물로, 불교 전래와 함께 한반도에 들어왔다. 초기에는 단순히 종을 걸어두는 구조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건축 양식과 장식이 발전했다.
삼국시대와 통일신라 시대에 이미 범종각이 존재했으며,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며 그 규모와 디자인이 다양해졌다. 특히 통일신라의 성덕대왕신종은 범종각 문화의 정점을 보여준다.
범종각은 단순히 시간을 알리는 도구가 아니라, 불법을 알리고 악귀를 물리치는 신성한 역할을 수행했다.
불교 사찰에서 범종각의 역할
범종각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신호로 종을 울리는 장소다. 새벽 예불과 저녁 예불 전후에 종소리가 울려 퍼지며, 이는 사찰만 아니라 주변 마을에도 전해진다.
종소리는 중생의 번뇌를 없애고, 지옥에 떨어진 영혼을 구제한다는 불교 신앙이 담겨 있다. 그래서 범종각의 종소리는 단순한 소리를 넘어선 기도와 자비의 표현이다.
또한 범종각은 의식이나 행사 때 중요한 역할을 하며, 사찰의 일정과 분위기를 조율하는 중심이 된다.
범종각의 기본 구조와 건축 양식
범종각은 보통 개방형 구조로 지어져 종소리가 멀리 퍼질 수 있도록 설계된다. 기둥과 지붕만 있는 간결한 구조가 많으며, 종은 중앙에 매달린다.
지붕은 팔작지붕이나 맞배지붕이 주로 사용되며, 목재는 소나무나 느티나무가 선호된다. 기단은 돌로 쌓아 건물의 안정성을 높인다.
장식은 단청과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종을 치는 북채와 받침대에도 세밀한 장식이 새겨진 경우가 많다.
범종의 소리와 그 의미
범종의 소리는 저음과 고음을 동시에 내어 멀리 퍼지도록 설계된다. 소리를 만들기 위해 종의 재질, 두께, 크기, 타격 위치가 정교하게 조율된다.
불교에서는 종소리가 지옥의 중생을 구하고, 중생의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준다고 믿는다. 그래서 범종의 소리는 ‘법음(法音)’이라고도 불린다.
종소리는 또한 사찰의 권위와 규모를 나타내는 상징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한국의 범종각 사례
경주 불국사의 범종각은 섬세한 조각과 아름다운 지붕 구조로 유명하다. 종의 소리가 멀리까지 울려 퍼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해인사의 범종각은 개방적인 구조와 웅장한 종이 특징이며, 그 울림이 깊고 묵직하다. 송광사의 범종각은 단아하면서도 전통미를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범종각들은 지역과 시대의 특성을 반영하며, 각 사찰의 개성을 보여준다.
범종각을 통한 불교문화 이해
범종각은 단순히 종을 치는 장소를 넘어, 불교의 자비와 가르침을 전하는 매개체다. 그 구조와 소리, 장식에는 불교의 세계관과 미학이 담겨 있다.
범종각을 유심히 살펴보면, 사찰의 역사와 철학, 지역 문화까지 엿볼 수 있다. 그래서 사찰 여행에서 범종각은 반드시 들러봐야 할 장소다.
종소리를 들으며 잠시 눈을 감으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번뇌가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범종각은 사찰의 울림을 세상에 전하는 중심이자, 불교의 자비와 가르침을 실천하는 상징이다. 그 소리는 단순한 금속의 울림이 아니라, 마음을 맑히고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기도다. 사찰에 들를 때 범종각에 서서 종소리를 느껴본다면, 그 울림이 전하는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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